피해자는 말이 없다. 살아남은 자만이 복수를 결심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광장’은 한 형제의 피로 얼룩진 과거와, 11년의 공백을 깨고 다시 시작된 복수의 추적을 담은 느와르 액션 드라마다. 이 작품은 단순한 폭력의 미학을 넘어, 관계의 단절과 죄책감, 그리고 숨겨진 진실이 만들어내는 심리적 압박감을 밀도 있게 그려낸다.
광장에서 시작된 모든 것
이야기의 시작은 1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광장 앞에서 서울의 패권을 놓고 두 조직 간 피 튀기는 전쟁이 벌어진다. 그 전쟁에서 살아남은 두 조직은 어설픈 평화를 맺고, 세력 다툼은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다.
그 중심에 있던 인물, 기준. 그는 조직 내에서 압도적인 존재감을 가졌던 행동대장이자, 강단 있는 형이었다. 하지만 그에겐 한 가지 약점이 있었다. 바로 동생 기석. 그 기석이 적대 조직에 스스로 몸을 담으면서 기준은 돌이킬 수 없는 결정을 내린다. 스스로의 아킬레스건, 말 그대로 자신의 발목을 잘라버리고 조직을 떠난다. 그 장면은 단순히 육체적인 상해가 아닌, 과거를 끊어내려는 처절한 선택이었고, 영화는 그 결단의 무게를 묵직하게 담아낸다.
죽음으로부터 다시 시작된 복수
그리고 11년 후, 동생 기석이 죽었다는 소식이 날아든다. 살아 있을 이유도, 돌아갈 이유도 없었던 기준이 그 소식 하나로 광장의 세계로 복귀한다. 다시 걷기 힘든 다리를 끌고, 기준은 조용히 움직인다. 폭풍 전야의 분위기처럼, 그의 눈빛엔 분노보다 더 복잡한 감정이 담겨 있다. 죄책감, 책임감, 그리고 이제는 잃을 게 없는 자의 냉정함까지.
기준은 기석의 죽음이 단순한 사고나 조직 내의 갈등이 아니었음을 직감한다. 어딘가 감춰진 배후, 조용히 조각을 맞춰가며 그는 과거의 인물들과 재회하고, 예전의 광장으로 돌아간다. 여전히 누군가는 힘을 움켜쥐고 있고, 누군가는 그 밑에서 피를 흘린다.
광장이라는 공간, 그리고 느와르의 정수
‘광장’이라는 제목은 단순한 배경 이상이다. 이 공간은 공공의 장소이자, 권력과 폭력이 공존하는 공간이다. 작품은 이 공간을 통해, 서울의 중심부에서 벌어지는 권력 다툼과 인간 군상의 치열한 생존기를 압축한다. 대규모 액션 신도 인상 깊지만, 진짜 긴장감은 조용한 대화에서 나온다. 한마디 말, 눈빛, 그리고 탁자 위에 올려진 손의 위치마저도 위협처럼 다가온다.
이 드라마가 주는 몰입감은 인물의 내면에서 비롯된다. 기준이라는 인물은 뻔한 복수자 캐릭터가 아니다. 그는 복수와 회한, 그리고 인간으로서 마지막 남은 도리를 지키려는 중년 남성의 상징처럼 다가온다. 그의 행보엔 무게감이 있으며, 그가 내리는 선택 하나하나가 관객에게 질문을 던진다. “복수는 과연 끝일까? 아니면 새로운 지옥의 시작일까?”
형제, 조직, 배신… 관계의 무게
이 작품은 폭력과 액션으로만 흘러가지 않는다. 오히려 그 이면에 있는 '형제애와 배신, 선택의 무게'를 치밀하게 그린다. 기준과 기석의 관계는 단순한 형제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피로 맺어진 혈육이지만, 서로 다른 조직을 선택하고, 다른 방식으로 살아야 했던 두 남자의 서사는 씁쓸하면서도 깊은 여운을 남긴다.
또한 조직 내의 역학 구조, 과거의 인연, 현재의 이해관계가 얽히며 복수극은 점점 더 복잡해진다. 누가 진짜 배후인지, 누구를 믿어야 하는지 모호해질수록 기준의 분노는 더 날카로워지고, 시청자는 그 불편한 진실을 함께 마주하게 된다.
마무리: 느와르, 감정의 잔상까지 남기다
‘광장’은 전형적인 느와르의 공식을 따르되, 그 안에 감정의 깊이를 더한 작품이다. 주인공의 과거, 현재, 그리고 회복할 수 없는 상처들이 영화 전체를 지배하며, 액션마저도 감정을 전달하는 하나의 도구로 쓰인다.
복수극이지만, 시원한 한 방보다는 묵직한 진실이 남는 작품. 정답을 주지 않고 질문을 남기는 엔딩, 그리고 현실과 허구 사이에서 무너져가는 인물들. 이 모든 것이 ‘광장’을 단순한 액션 느와르가 아닌, 기억에 남는 서사로 만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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