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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전쟁>, 누구의 입맛을 위한 전쟁이었나

by momgazine 2025. 6.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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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국민 소주가 무너졌다.” 이 한 문장으로 시작되는 영화 ‘소주전쟁’은 1997년 IMF 외환위기 속 실존할 법한 한 소주 회사의 붕괴와, 그 뒤에 감춰진 자본과 감정의 줄다리기를 그려낸다. 누군가에겐 친숙한 소주의 이야기지만, 누군가에겐 망해도 싼 기업들의 민낯이기도 하다. 영화는 그 두 시선을 동시에 잡으려다, 결국 두 개 다 놓치는 모양새가 됐다.

메가박스 시사회 참여해서 찍은 영화 소주전쟁 포스트 사진
영화 소주전쟁 포스트

한 잔의 소주를 두고 벌어진 두 남자의 거래

IMF가 휘몰아치던 1997년, 소주 시장을 평정했던 국보소주는 자금난에 휘청인다. 이 틈을 노리고 글로벌 투자사 솔퀸의 직원 ‘인범’(이제훈)이 매각을 위해 접근한다. 반면 국보소주의 재무이사 ‘종록’(유해진)은 회사를 지키려는 일념으로, 자신보다 똑똑한 젊은 인범에게 마음을 연다.

하지만 문제는, 이 두 인물 모두 겉과 속이 다르다는 것이다. 겉으로는 회사를 살리자며 술잔을 기울이지만, 속내는 서로를 겨누고 있다. 영화는 이 ‘거짓된 신뢰’를 중심으로 두 인물이 점차 가까워지는 과정을 그린다. 처음엔 술을 통해 정을 나누는 듯하지만, 알고 보면 계산된 접근이라는 이중성이 관객을 불편하게 만든다.

국가부도의 날처럼? 블랙머니처럼? 아니, 그 중간 어딘가

‘소주전쟁’‘국가부도의 날’처럼 시대와 구조를 조명하고자 하지만, 인물 구도는 ‘블랙머니’처럼 피카레스크(비도덕적 주인공) 구조에 가깝다. 문제는 이러한 하이브리드 구성이 강점이 되지 못하고, 오히려 단점만 드러난다는 데 있다.

영화 속 해외 자본 ‘솔퀸’은 거의 만화적인 악역처럼 묘사되며, 국보소주는 “망할 만한 회사”로 묘사된다. 관객 입장에서는 그 누구에게도 감정 이입이 어렵다. “누굴 응원해야 하지?”라는 고민이 영화 내내 따라다닌다. 등장인물 중 선한 사람이 하나도 없다는 점은 도전적일 수 있지만, 동시에 몰입감을 떨어뜨린다.

반전 없는 반전, 그리고 찝찝한 엔딩

결말은 마치 반전을 준비한 듯하지만, 실상은 큰 충격도, 감정적 카타르시스도 없다. 게다가 극 중후반부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던 인물들이, 쿠키 영상에서 갑자기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등장하는 장면은 연출 변경이 있었음을 짐작케 한다. 실제로 이제훈은 인터뷰에서 “아버지를 투영하는 장면이 빠져 아쉽다”라고 밝혔는데, 이 신파적 서사가 남아있긴 하나, 제대로 매듭짓지 못한 채 떠다닌다.

관객의 반응도 엇갈린다. “이건 고발 영화도 아니고, 피카레스크도 제대로 못 했다”는 평가부터, “결국 소주도, 사람도, 진심도 팔리는 시대를 냉소적으로 보여준 수작”이라는 반응까지. 단, 대부분은 영화의 정체성에 대해 혼란을 느낀다는 공통점을 보인다.

지나치게 노골적이고 거칠었던 대사들

영화의 또 다른 비판 포인트는 과도한 욕설이다. 특히 솔퀸 임직원들의 천박한 언행은 불편하다는 후기가 많다. 고든 역의 바이런 만은 “금융권의 실제 언어를 반영했다”고 밝혔지만, 관객이 보기엔 단지 거친 표현 이상의 의미는 없어 보인다. 대사의 사실성보단, 서사와 정서 흐름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결국, 이 영화가 말하고 싶었던 건 뭘까?

“이 영화의 주제의식이 도대체 뭔지 모르겠다.” 영화가 끝난 뒤 가장 많이 들리는 말이다. 시대 비판을 하고 싶었던 건지, 인간 군상을 통해 도덕의 회색 지대를 말하고 싶었던 건지, 아니면 그저 ‘돈 냄새나는’ 서사를 꾸리고 싶었던 건지 불분명하다.

소주는 원래 사람을 이어주는 매개였을지 몰라도, 이 영화에선 끝까지 거래의 도구로 남는다. 그러니 감동은커녕 씁쓸함만 입안에 남는다. ‘소주전쟁’은 결국 술로 다가와 정으로 풀릴 듯하다가, 다시 돈으로 마무리되는 영화다. 그게 지금 시대의 이야기라는 점에서는, 아이러니하게도 현실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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