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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가 차린 인생 밥상, 넷플릭스 논나 리뷰

by momgazine 2025. 6.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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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나〉는 가족의 의미와 세대 간의 갈등, 그리고 전통 이탈리안 요리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따뜻한 힐링 드라마다. 유쾌한 대사, 현실적인 갈등, 먹음직스러운 음식의 향연이 조화를 이루며, 관객에게 웃음과 눈물, 그리고 위로를 선사한다. 빈스 본과 수잔 서랜든의 찰떡같은 호흡이 돋보이는 이 작품은 요즘 같은 시대에 더욱 절실한 가족 영화로 손꼽힌다.

영화 논나의 한장면
논나

음식이 전부는 아니다, 그러나 음식이 시작이다

〈논나〉는 제목 그대로 이탈리아어로 ‘할머니’를 의미하는 말에서 출발한 영화다. 하지만 이 작품이 단순한 조부모의 이야기를 다루는 휴먼 드라마에 머무르지 않는 이유는, 그 안에 음식, 전통, 갈등, 치유라는 다양한 요소를 맛깔나게 녹여냈기 때문이다. 감독 스티븐 크보스키는 이전 작품 〈원더〉에서 보여줬던 섬세한 감정선을 이번에도 유감없이 발휘한다. 주인공인 빈스 본은 다소 고집스럽고 냉소적인 아들 역을 맡아, 오랜만에 고향으로 돌아오며 '논나', 즉 어머니와 다시 마주하게 된다. 그 중심에는 오래된 이탈리안 레스토랑이 있다. 가족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 있는 그 공간은 단지 식사를 제공하는 곳이 아니라, 기억과 사랑, 상처가 켜켜이 쌓인 '마음의 부엌'이다. 수잔 서랜든이 연기하는 논나는 단지 음식만 잘하는 할머니가 아니다. 자신의 방식대로 가족을 지켜온 여성으로서의 깊은 서사가 담겨 있다. 이들의 대화와 충돌, 그리고 요리 과정을 통해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무엇이 가족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또한 영화는 단지 따뜻하기만 한 감정선에 머무르지 않는다. 오래된 가족사 속 상처와 오해, 세대 간의 가치 충돌을 정면으로 마주하며, 단순히 ‘화해’라는 이상적인 결론보다는 ‘이해하려는 노력’에 초점을 맞춘다. 이는 가족 영화가 가져야 할 현실성과 이상적 메시지 사이의 균형을 잘 잡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갈등은 끓이고, 사랑은 숙성시키는 시간

〈논나〉의 가장 큰 미덕은 ‘음식’을 단순한 배경이 아닌 이야기의 주제로 삼았다는 점이다. 영화 속 모든 요리는 단순한 레시피가 아니라 인물들의 성격과 관계를 드러내는 장치로 활용된다. 예를 들어, 극 중에서 논나가 만드는 미트볼 파스타는 어린 시절 가족이 가장 좋아했던 메뉴이자, 어머니의 무언의 사랑을 상징한다. 반면 아들은 그런 음식을 오히려 ‘구시대적’이라며 거부하는 장면에서, 세대 갈등이 명확하게 드러난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그 음식이 갖는 의미는 바뀌고, 아들은 다시금 그 요리를 통해 어머니의 마음을 이해하게 된다. 로레인 브라코가 맡은 여동생 캐릭터 역시 단순한 조력자가 아니라, 중간자적 입장에서 가족 간의 감정을 중재하며 큰 역할을 한다. 이처럼 각 인물들은 단지 이야기의 구성원이 아니라, 변화와 성장을 보여주는 유기적인 존재로 그려진다. 특히 인상 깊은 장면은 모두가 모여 한 상에 둘러앉는 클라이맥스 장면이다. 아무 말 없이 함께 식사를 나누는 그 순간이야말로, 모든 갈등과 상처를 잠시 내려놓는 진짜 ‘가족의 화해’가 실현되는 순간이다. 이 장면은 대사보다도 눈빛과 표정, 그리고 음식이 주는 감정으로 가득 차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자연스레 눈시울을 붉히게 만든다.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우리가 쉽게 지나쳤던 ‘식탁의 힘’을 조명하고 있다. 먹는다는 행위 자체가 누군가의 정성, 기억, 고집, 그리고 사랑을 담고 있음을, 자연스럽고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한 끼 식사로 이어지는 마음의 화해

〈논나〉는 코로나 이후 가족의 물리적, 감정적 거리감이 커진 시대에 매우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한다. 바쁘고 각박한 일상 속에서 함께 식사할 시간조차 내기 힘든 현실에서, 영화는 조용히 묻는다. “가족이란 무엇인가?”, “용서란 꼭 말로 해야 하는가?”, “우리는 서로에게 어떤 온도로 남아야 하는가?” 이 작품은 눈부신 반전이나 거대한 사건 없이도, 충분히 감동적이다. 작은 주방, 오래된 조리도구, 익숙한 재료들이 쌓여 만들어낸 한 그릇의 요리가, 결국은 마음을 움직이고 관계를 회복시키는 힘이 된다는 점에서 깊은 울림을 준다. 빈스 본과 수잔 서랜든의 현실적인 연기, 감독의 담백한 연출, 따뜻한 색감까지 모두가 조화를 이루며, 영화를 ‘먹는 이야기’가 아닌 ‘사는 이야기’로 완성시킨다. 가족과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누지 못한 사람, 고향의 맛을 그리워하는 사람, 혹은 단순히 마음 따뜻한 영화를 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작품은 분명 깊은 공감을 줄 것이다. 〈논나〉는 그저 따뜻한 영화가 아니라, 어쩌면 우리가 잊고 있던 ‘가족의 온도’를 되찾게 해주는 조용한 위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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