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능력자들이 세계를 구하는 이야기? 이제는 그 설정도 식상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영화 ‘하이파이브’는 그 시작을 ‘장기기증’으로부터 끌어오며 다소 기묘하고 신선한 영웅담을 선보인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다섯 명의 인물들이 하나의 기적적인 사건을 통해 능력을 얻게 되고, 그들을 위협하는 절대자에 맞서 우왕좌왕하면서도 조금씩 성장해 나간다.평범한 다섯 사람, 비범한 능력을 얻다영화는 괴상하게도, 강철 피부를 가진 정체불명의 시신에서 장기를 적출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이 장기들은 우연히 다섯 명의 인물에게 이식되며, 각기 다른 초능력을 가져다준다. 태권소녀 ‘완서’는 심장을 이식받아 괴력을 갖게 되고, 폐를 이식받은 작가지망생 ‘지성’은 초인적인 폐활량을 얻는다. 신장을 이식받은 ‘선녀’는 능..

성형, 주술, 신분 위조, 그리고 대통령 관저의 괴성까지. 영화 ‘신명’은 단순한 정치 풍자극을 넘어, 한 여인의 욕망이 어떻게 한 나라의 권력과 맞닿는지를 집요하게 추적한다. 현실에서 모티브를 얻은 듯한 강렬한 설정과 상징으로, 이 작품은 허구와 사실의 경계를 위태롭게 넘나든다. 그리고 그 불편함은 오히려 이 작품을 더욱 매력적으로 만든다.한 여인의 비밀, 권력을 향한 파격의 행보윤지희(김규리)는 어릴 적 분신사바를 계기로 주술에 심취한다. 이후 남자를 이용해 원하는 것을 얻는 법을 깨닫고, 성형과 신분 위조를 통해 완전히 다른 삶을 살아간다. 그녀의 욕망은 점점 커지고, 마침내 대한민국을 손에 넣겠다는 광기의 목표에 다다른다.그녀는 필요하다면 목숨조차 앗아갈 수 있는 인물로, 사람들을 ‘주술’과 ‘거..

30년을 달려온 첩보 시리즈의 정점.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은 오랜 팬이라면 반드시 봐야 할 헌정 같은 작품이지만, 새로운 관객에게는 다소 과한 설명과 긴 러닝타임으로 호불호가 갈리는 영화다. 시리즈의 정체성과 전작에 대한 예우, 그리고 시대적 이슈인 인공지능과 정보 전쟁까지 녹여내며 무거운 주제를 다뤘지만, 그 무게만큼 아쉬움도 남는다. 모든 선택의 끝, 에단 헌트가 짊어진 세계“모든 선택은 결국 하나의 결과로 수렴한다.” 이번 작품의 주제는 명확하다. 시리즈 전체를 관통했던 에단 헌트(톰 크루즈)의 선택들은 결국 ‘엔티티’라는 거대한 디지털 위협을 불러오고, 인류 전체의 생존을 위협하는 상황을 만든다. 오직 오프라인에 존재하는 ‘키’를 둘러싼 추격전이 시작되고, 에단은 동료 루터, 벤지와 함께..

“대한민국 국민 소주가 무너졌다.” 이 한 문장으로 시작되는 영화 ‘소주전쟁’은 1997년 IMF 외환위기 속 실존할 법한 한 소주 회사의 붕괴와, 그 뒤에 감춰진 자본과 감정의 줄다리기를 그려낸다. 누군가에겐 친숙한 소주의 이야기지만, 누군가에겐 망해도 싼 기업들의 민낯이기도 하다. 영화는 그 두 시선을 동시에 잡으려다, 결국 두 개 다 놓치는 모양새가 됐다.한 잔의 소주를 두고 벌어진 두 남자의 거래IMF가 휘몰아치던 1997년, 소주 시장을 평정했던 국보소주는 자금난에 휘청인다. 이 틈을 노리고 글로벌 투자사 솔퀸의 직원 ‘인범’(이제훈)이 매각을 위해 접근한다. 반면 국보소주의 재무이사 ‘종록’(유해진)은 회사를 지키려는 일념으로, 자신보다 똑똑한 젊은 인범에게 마음을 연다.하지만 문제는, 이 두..

때로는 세상을 바꾸는 힘이 거창한 영웅이 아닌, 조용히 질문을 던지는 ‘다름’에서 시작된다. 영화 ‘드래곤 길들이기’는 그런 이야기다. 전쟁이 당연시되던 세계에서, 두려움 대신 이해를 선택한 한 소년과 전설 속 드래곤의 우정은 모두가 외면해왔던 진실을 들추고, 세상에 깊은 울림을 전한다.적으로 태어났지만, 친구가 된 존재험준한 섬 ‘버크’는 수백 년간 바이킹과 드래곤의 전쟁이 반복된 곳이다. 그곳 사람들에게 드래곤은 잡아야 할 적, 죽여야 할 존재였다. 족장의 아들이자 작고 왜소한 소년 ‘히컵’ 역시 그런 문화 속에서 자랐지만, 그는 무언가 달랐다.힘보다는 지혜를, 증오보다는 호기심을 택한 히컵. 그는 어느 날 전설 속 드래곤 ‘투슬리스’를 만나게 된다. 누구보다 강력하지만 어딘가 외로워 보이는 존재. ..

피해자는 말이 없다. 살아남은 자만이 복수를 결심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광장’은 한 형제의 피로 얼룩진 과거와, 11년의 공백을 깨고 다시 시작된 복수의 추적을 담은 느와르 액션 드라마다. 이 작품은 단순한 폭력의 미학을 넘어, 관계의 단절과 죄책감, 그리고 숨겨진 진실이 만들어내는 심리적 압박감을 밀도 있게 그려낸다.광장에서 시작된 모든 것이야기의 시작은 1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광장 앞에서 서울의 패권을 놓고 두 조직 간 피 튀기는 전쟁이 벌어진다. 그 전쟁에서 살아남은 두 조직은 어설픈 평화를 맺고, 세력 다툼은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다.그 중심에 있던 인물, 기준. 그는 조직 내에서 압도적인 존재감을 가졌던 행동대장이자, 강단 있는 형이었다. 하지만 그에겐 한..